요약은 지도이지 땅이 아니다
수십 쪽짜리 보고서나 회의록을 몇 줄로 줄여 주는 기능은 분명 편리합니다. 이 문서를 자세히 읽어야 할지 판단하거나, 읽기 전에 전체 구조를 머리에 넣어 두는 데 특히 좋습니다. 하지만 요약은 원문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는 인공지능이 정하는데, 그 기준이 내 목적과 같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요약은 원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지도로 쓰고, 중요한 판단은 원문을 보고 내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요약을 먼저 읽고 원문을 볼 때는 요약에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요약에서 본 내용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요약이 빠뜨린 부분은 끝내 보이지 않습니다.
요약이 잘 놓치는 것
요약은 글의 큰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흐름에서 벗어난 작은 문장이 먼저 잘려 나갑니다. 문제는 그런 문장이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아래 같은 내용은 요약에 없더라도 원문에서 직접 찾아보세요.
- '다만', '단', '예외로' 뒤에 오는 조건과 예외
- 기한, 금액, 비율 같은 구체적인 숫자
- 본문과 다른 결론을 낸 소수 의견이나 반론
- 각주, 부록, 표 아래 작은 글씨의 설명
-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기로 했는지 같은 책임 소재
목적을 정하고 요청한다
'요약해 줘'라는 요청은 가장 평균적인 요약을 돌려줍니다. 무엇을 위해 읽는지를 알려 주면 남길 내용이 달라집니다. 같은 회의록이라도 결정 사항이 궁금한지, 내가 할 일이 궁금한지에 따라 필요한 요약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 문서에서 우리 팀이 해야 할 일과 기한만 목록으로 뽑아 줘',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눠서 정리해 줘', '숫자가 나오는 문장은 빼지 말고 그대로 옮겨 줘'처럼 요청하면 훨씬 쓸모 있는 결과를 얻습니다.
긴 문서는 나눠서 요약한다
인공지능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글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긴 문서를 통째로 넣으면 일부만 반영되거나, 앞부분은 자세하고 뒷부분은 대충 다룬 요약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긴 문서는 장이나 절 단위로 나누어 각각 요약한 뒤, 그 요약들을 모아 다시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눌 때는 장 제목을 함께 넣어 위치를 알 수 있게 하세요. 글 읽는 시간을 미리 재어 보면 어느 정도로 나눌지 감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요점마다 근거 위치를 달라고 한다
요약을 검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요점마다 원문의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표시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장 번호, 쪽수, 문단 첫 문장 같은 위치가 있으면 원문과 바로 대조할 수 있습니다. 위치를 대지 못하는 요점이나, 찾아가 보니 원문과 뉘앙스가 다른 요점은 의심해야 합니다. 핵심 문장은 요약된 표현이 아니라 원문 그대로 인용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인용이 원문에 정확히 있는지 검색해 보면 확인이 빠릅니다.
원문에 없는 내용이 섞이는 경우
인공지능은 문서 내용을 정리하다가 일반 상식이나 비슷한 문서에서 흔히 나오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덧붙이기도 합니다. 원문은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요약에는 '도입 예정'으로 바뀌어 있거나, 원문에 없는 이유가 붙어 있는 식입니다. 그럴듯하기 때문에 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요약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보고서에 옮기기 전에는, 특히 결론과 숫자가 원문에 실제로 그렇게 적혀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요청할 때 '원문에 없는 내용은 덧붙이지 말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모른다고 표시해 달라'고 조건을 걸어 두면 이런 일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문서 종류별 주의점
계약서와 약관은 요약만 보고 동의하거나 서명하면 안 됩니다. 해지 조건, 위약금, 자동 갱신처럼 불리한 조항은 대개 짧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중요한 계약은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논문은 요약이 결론을 실제보다 강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니 연구의 한계 부분을 직접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록은 결정과 논의를 구분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업무 문서라면 사내 자료를 외부 서비스에 넣어도 되는지 회사 지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요약을 믿기 전 점검
요약을 근거로 결정하거나 남에게 전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확인하세요.
- 읽는 목적을 알려 주고 요약을 받았다
- 예외 조항과 숫자를 원문에서 직접 확인했다
- 주요 요점의 근거 위치를 원문에서 찾아봤다
- 개인정보와 기밀이 담긴 문서는 넣어도 되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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